현대인의 삶은 종종 외부의 자극과 요구 속에서 방향을 잃고 무기력에 빠진다. 우리는 일상을 주도적으로 살기보다는, 그날그날의 상황에 이끌려가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그러나 작은 반복을 통해 자기결정의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러닝이다. 러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서 삶의 통제감을 회복하게 만드는 자기 주도성 훈련이다. 본 글에서는 러닝을 통해 삶을 능동적으로 설계해가는 심리적, 신체적 기제를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무기력, 그 원인은 무엇일까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수많은 자극과 요구 속에서 하루하루를 소비하고 있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 타인의 시선과 평가, 끝없는 업무와 책임 속에서 스스로의 삶이 통제되지 않는다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특히 도시 생활과 디지털 환경은 우리가 집중력을 잃고 외부 자극에 끌려다니게 만들며, 이로 인해 정체성은 흐려지고 자기 주도적 삶은 점차 희미해진다. 우리는 종종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가’가 아니라 ‘하루가 어떻게 나를 이끌고 갔는가’에 대한 질문에 직면하게 된다. 이런 삶 속에서 통제력을 상실한 사람들은 자존감 저하, 무력감, 결정 장애 등 다양한 심리적 어려움을 겪는다. 하지만 이 무기력함의 근본 원인은 의외로 단순하다. 그것은 바로 자신이 삶의 주인이 아니라는 감각, 즉 ‘내가 나의 삶을 결정하고 있다’는 감각의 상실이다. 이 감각을 회복하기 위한 출발점은 거창한 변화가 아니라, 일상에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아주 작고 반복적인 행동을 꾸준히 실천하는 것이다. 그 대표적인 행동이 바로 러닝이다. 러닝은 아무도 대신해줄 수 없는, 오롯이 나 스스로 결정하고 실행해야 하는 행위다. 언제 달릴지, 얼마나 달릴지, 어떤 옷을 입고 나갈지, 어떤 루트를 선택할지 모두 본인의 몫이다. 이처럼 단순하지만 명확한 자기결정의 반복은 점차 우리의 일상 속에서 잊고 지낸 주도성을 되살린다. 그리고 이러한 반복된 경험은 삶 전체의 통제감을 회복시키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된다.
러닝이 회복시키는 통제력의 다섯 가지 심리 메커니즘
첫째, 러닝은 ‘행동의 선택’을 훈련시킨다. 현대인은 선택지를 마주했을 때 결정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경향이 크다. 이는 일상 속에서 반복된 외부 의존적 판단 구조 탓이다. 그러나 러닝은 매일 내가 스스로 행동을 선택하고 즉시 실행하는 경험을 반복시킨다. 이는 뇌의 실행 기능을 활성화시키고, ‘결정하는 뇌’를 길러준다. 궁극적으로 러닝은 삶의 다양한 순간에서 내가 주도권을 가진 채 판단할 수 있도록 훈련시켜주는 가장 현실적인 실험실이 된다. 둘째, 러닝은 ‘예측 가능한 리듬’을 만들어준다. 일정한 시간에 달리기를 실천하면서 우리는 스스로의 시간을 구조화하게 되고, 이는 감정과 행동의 예측 가능성을 높인다. 혼란스러운 하루 속에서도 정해진 러닝 시간은 마치 닻과 같은 역할을 하며 일상을 단단히 붙잡아준다. 이러한 예측 가능성은 통제감 형성의 핵심이며, 불안감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셋째, 러닝은 ‘자기효능감’을 강화한다. 어떤 일이 반복될수록 우리는 그것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처음에는 1킬로도 벅차던 러닝이 점차 3킬로, 5킬로로 늘어나고 그 변화는 “나는 나를 변화시킬 수 있는 존재다”라는 믿음으로 이어진다. 이 자기효능감은 삶의 다양한 상황에서 도전을 주저하지 않게 만들며, 문제 상황을 회피하는 대신 정면으로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준다. 넷째, 러닝은 ‘몸-마음의 일치감’을 회복시킨다. 우리는 감정을 머리로만 해결하려고 한다. 그러나 감정은 신체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스트레스를 받으면 어깨가 뻐근하고, 불안을 느끼면 심장이 빨라지듯, 감정은 몸의 신호로 나타난다. 러닝은 이 단절된 몸과 마음의 연결을 다시 회복시켜 준다. 달리는 동안 숨소리, 발걸음, 심박수에 집중하며 우리는 현재에 집중하게 되고, 이는 명상과 유사한 효과를 만든다. 이는 감정 조절 능력을 높이고, 주의 집중력을 강화시키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다섯째, 러닝은 ‘내면의 대화’를 바꾼다. 우리는 평소 스스로에게 비판적인 언어를 많이 사용한다. “왜 이것도 못해”, “나는 안돼” 같은 말들이 반복되면, 자기 이미지 역시 왜곡된다. 하지만 러닝을 통해 작은 성취를 쌓아가면, 내면의 언어가 달라진다. “오늘도 해냈네”, “나는 성장하고 있어”라는 인식이 쌓이면, 자기 신뢰가 자라나고 삶에 대한 태도도 긍정적으로 변한다. 이처럼 러닝은 단순한 운동을 넘어, 삶 전반의 통제력을 회복시키는 복합적 도구다.
삶의 방향을 내가 다시 잡는다는 것
러닝은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가장 단순하지만 강력한 통제력 회복 수단이다. 러닝을 선택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며, 그것을 반복하는 모든 과정은 ‘내가 내 삶을 이끌고 있다’는 경험을 끊임없이 제공한다. 이는 삶에서의 무기력함을 타개하는 데 가장 기본적이고도 핵심적인 요소다. 그리고 러닝은 궁극적으로 ‘변화 가능성’을 증명해준다. 어제보다 조금 더 달렸다는 사실은, 나라는 존재가 바뀌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다. 오늘 달린 30분이 어제의 무기력을 상쇄시키고, 내일의 도전을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를 준다. 그 반복이 쌓이면 우리는 더 이상 삶에 끌려다니는 존재가 아니라, 삶을 능동적으로 설계하는 주체로 변모하게 된다. 삶의 통제력을 다시 갖고 싶다면, 아주 작은 한 걸음부터 시작해보자. 러닝은 단순히 몸을 움직이는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의 삶을 다시 통제할 수 있다는 가장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증명이며, 궁극적으로 ‘나를 믿는 힘’을 회복하는 여정이다. 오늘 당신이 운동화를 신는 순간, 삶은 당신의 손으로 다시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