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10분의 걷기가 어떻게 러닝이 되고, 또 그 러닝이 삶을 변화시킬 수 있을까요. 대부분의 사람들은 거창한 계획이나 의지를 통해 운동을 시작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늘 작은 습관에서 시작됩니다. 이 글은 매일 10분씩 걷기만 하던 평범한 사람이, 어떤 계기로 달리기를 시작하게 되었고, 그것이 몸과 마음, 일상 전체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를 아주 구체적이고 진솔하게 담아낸 이야기입니다. 운동이 낯설고, 러닝이 멀게 느껴지는 이들에게 한 걸음 내딛는 데 필요한 공감과 동기를 줄 수 있을 것입니다.
걷기는 무의미했지만, 반복되자 변화를 만들었다
처음 걷기 시작했을 때 나는 운동이라는 개념조차 갖고 있지 않았다. 누군가는 다이어트를 위해, 누군가는 건강을 위해, 또 누군가는 마라톤이라는 목표를 위해 러닝을 시작한다고 하지만, 나는 그런 의도가 전혀 없었다. 그저 하루가 답답했고, 누군가와 얘기하고 싶지도 않고, 무언가를 보고 싶지도 않을 때, 말 없이 조용히 걷고 싶은 기분이 들어서였을 뿐이다. 이어폰도 없었고, 목적지도 없었다. 그렇게 퇴근 후 걷는 10분이 어느 날 시작되었다. 그 10분이 특별하다고 느낀 적은 처음엔 없었다. 오히려 나 스스로도 ‘이걸 얼마나 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감이 더 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걷고 나면 기분이 조금은 정돈됐다.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 안정감 같은 것이 있었다. 그리고 그 평온함은 하루 동안 쌓였던 불필요한 생각들을 정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몸은 여전히 피곤했고, 회사 일은 그대로였지만, 마음만큼은 아주 조금 가벼워졌다는 감각이 들었다. 그 감각은 생각보다 중독성이 있었다. 하루라도 걷지 않으면 뭔가를 놓친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렇게 걷는 일이 습관이 되었고, 걸음 수가 늘고, 시간이 늘고, 어느 날부터인가 걷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몸이 먼저 반응했다. 발이 자연스럽게 더 앞서 나가기를 바랐고, 가벼운 조깅이 시작되었다. 명확한 계기도 없었고, 누구의 권유도 없었다. 그냥 걷기가 러닝이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부터 일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10분 걷기가 만든 놀라운 변화, 러닝으로 이어지다
러닝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날을 딱 잘라 말할 순 없다. 변화는 늘 그렇게 조용하게 시작된다. 10분 걷기를 매일 반복하면서 점점 몸이 가벼워졌고, 걷는 속도는 자연스레 빨라졌다. 어느 날은 조금 빨리 걷다가 숨이 차오르는 순간 스스로 멈추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갔다. 그게 바로 러닝의 시작이었다. 첫 러닝은 3분도 되지 않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무거웠고, 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랐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개운했다. 자극적이면서도 정화되는 느낌이었다. 이 작은 달리기를 며칠에 한 번씩 반복했다. 러닝이 되는 데 필요한 건 체력이나 의지가 아니라 반복된 걷기에서 오는 익숙함과 감정적 동기였다는 것을 알게 됐다. 러닝을 시작한 이후,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수면 습관이었다. 이전에는 새벽까지 휴대폰을 들여다보다 억지로 잠을 청했고, 다음 날은 늘 피로한 상태로 하루를 시작했다. 그런데 러닝을 시작하고부터는 자연스럽게 밤에 일찍 잠자리에 들게 되었고, 아침에 개운하게 눈이 떠졌다. 몸이 개운하다는 느낌이 하루를 긍정적으로 이끌어주었고, 간단한 아침 식사를 챙기게 되었다. 아주 작은 생활 습관들이 줄줄이 바뀌었다. 정신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 걷기와 달리기는 혼자만의 시간이기 때문에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여백이 생긴다. 러닝 중 떠오른 생각은 메모해두고, 복잡했던 고민은 정리되고, 어느새 감정의 균형이 잡혀 있었다. 이전보다 화를 덜 내게 되었고, 감정에 휘둘리는 일이 줄어들었다. 심지어 주변 사람들은 내 얼굴이 더 차분해졌다고 말했다. 러닝이 반복되자 자연스럽게 내가 달라졌다. 내 스스로를 보는 눈도 바뀌었다. “나는 꾸준함이 부족해”라는 자기 판단은 “나는 생각보다 잘해내는 사람이야”로 바뀌었다. 자존감이 높아지고, 자신을 돌보는 데 인색하지 않게 되었고, 거울 앞에서 인사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이전에는 몸이 하는 운동이었다면, 이제는 마음까지 정화시키는 시간이었다.
걷고 있는 당신은 이미 러너의 길에 들어섰다
사람들은 러닝을 거창하게 시작하려 한다. 좋은 신발을 사야 하고, 시간을 정해야 하고, 목표를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의 시작은 달랐다. 그저 10분 걷기였다. 아무 의지도 없었고, 어떤 계획도 없었다. 그런데 그 단순한 반복이 내 몸을 바꾸었고, 감정을 조절하게 만들었고, 결국 삶을 다시 설계하게 만들었다. 러닝은 절대 빠르게 시작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가장 사적인 시간이며, 내 안의 감정을 만나고, 나를 회복하는 과정에 가깝다. 처음엔 짧은 거리라도 괜찮고, 걸음 속 러닝이라도 충분하다. 중요한 건, 그 시간이 내 것이고, 나를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당신이 매일 10분이라도 걷고 있다면, 그건 분명 변화의 시작이다. 러닝은 어느 날 문득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걷기의 연장선에서 자연스럽게 열리는 문 같은 것이다. 나도 그렇게 시작했다. 목적도 계획도 없었지만, 걷기를 통해 내 삶은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러닝은 내가 가장 나다워지는 순간이다. 혹시 지금 걷고 있는 당신이라면, 이미 러닝을 시작할 준비가 된 사람이다. 그 첫발은 이미 당신이 내디뎠다.